■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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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1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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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마지막에 무엇을 내려놓는가

시인 이영하
 
젊을 때 나는 더 많이 가지려고 했다.
더 높은 곳, 더 먼 곳, 더 빠른 길을 향해
날마다 나를 밀어 올렸다.
 
그러다 어느 날 나무 한 그루 앞에서
오래 걸음을 멈추었다.
나무는 아무것도 움켜쥐지 않았는데
해마다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잎을 내려놓고
가을이 오면 마지막 잎마저 놓아주었다.
 
그제야 알았다.
삶은 쌓아 올리는 일만이 아니라
때가 되면 하나씩 내려놓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명예를 내려놓고 욕심을 내려놓고
내가 옳다는 마음까지 내려놓으면
비로소 보이는 얼굴들이 있었다.
 
내가 지나쳐 온 사람들,
말없이 기다려 준 사람들,
한 번의 믿음으로 내 삶을 다시 일으켜 준 사람들.
 
이제 나는 더 높이 오르기보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아
누군가의 오늘이 덜 무거워지기를 바란다.
사람이 마지막에 내려놓는 것은
아마 가진 것이 아니라 끝내 자기 것이라 믿었던
자기 자신인지도 모른다.
 
 
 
<시작 노트>
젊은 시절의 삶은 끊임없이 올라가는 일이었습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하고, 더 많은 것을 이루며,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 이르면 ‘무엇을 더 얻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시에서 등장하는 나무는 그 깨달음의 상징입니다. 나무는 잎을 붙잡지 않습니다. 계절이 오면 스스로 내려놓고, 그 비움 속에서도 다시 봄을 준비합니다. 그러면서도 살아 있는 동안 누군가에게 그늘을 내어줍니다. 사람도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명예와 욕심뿐 아니라 ‘내가 옳다’는 집착까지 내려놓을 때 비로소 타인의 얼굴이 보이고, 내가 받은 사랑과 믿음이 얼마나 컸는지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 시의 마지막에서 말하는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삶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중심적인 삶을 내려놓고 더 큰 세계와 사람에게 자신을 돌려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높이 오르는 삶에서 낮게 내려놓는 삶으로. 그것이 긴 세월 끝에 제가 배운 인생의 또 하나의 비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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